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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
광지 이동구
꽃을 꺽어 품지 마라
그 자리에서
가장 아름다우니
당신의 욕구로
아름다운 시간이
짧아진 꽃은
한잎 두잎
당신의 눈앞에서
그 구겨진 얼굴을
보이고 말 것이니.
#자작
장미꽃 속의 장미 / 김재덕
그대에게 나의 존재감을 묻고 싶다
은빛이 여울지던 가을들녘도
예사롭지 않은 노을의 울컥거림도
진심 없는 조가비가 아니었는지
그 짙은 향기를
품을만한 용기의 의미가
부질없다는 걸 알아버린 가슴에
핀 꽃은 시들고 말 것인가
그대의 설핏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갈증 난 고뇌가 촉촉이 내린다
깨소금 맛은 없다 한들
다 하지 못한 열정의 죗값인지
야누스 그림자가 우두커니 서렸다
그 향기마저 그립다고 하는
벌 나비들 슬프게 하지도
연꽃 같은 사유를 끄집지도 말고
장미야
정녕, 나에 대한 존재감이 없거들랑
연민에 동동거리지 않게끔
가린 마음으로 질러대지 말아라.
*20200516/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