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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관련카테고리 없음 2020. 11. 26. 21:53
어눌한 희망 사월 김정래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저 수평선 끝에는 길게 늘어선 빨랫줄이 있다 어느 땐 창포 곱게 물들여 널어지고 언제인가는 또 짙은 해무를 널어놓는 미지에 신비가 배어있는 곳 무엇인가 있을듯한 그곳에 세월을 던져 파도를 타고 뜻과는 달리 떠밀려 가는 군상들 시선 머무는 지평선은 저만큼 또 옮겨 해무를 뒤집어쓰고 여전히 빨랫줄은 드리워져 있다 언제인가부터 나도 희망을 널었었나보다 그 희망은 지평선처럼 가까이 가면 멀어지고 또 가까이 가면 또 멀어지는 신기루 범접할 수 없는 신 만의 비역였었나보다 어느 한 날 힘 빠진 갈대 떨어지는 낙엽처럼 어쩌면 신기루를 쫓다 지난 세월을 지불한 하늘에 흰 구름을 솜사탕으로 희망을 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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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잔재 / 김재덕카테고리 없음 2020. 11. 13. 15:42
내 안의 잔재 / 김재덕 생의 존재감 느끼는 들녘 그 풍경을 가로챈 상념 속에서도 가을은 무심히 흘러만 갑니다 싱그럽던 풀 냄새도 멋스러운 단풍도 겨울 문턱에선 속수무책인 듯 마지막 몸부림칩니다 왔다가 가는 것에 익숙한 자연에 구애받지 않는 섭리의 세상을 향하여 내 안의 불응을 꺼내 봅니다 욕심 없이 흐르듯 살아왔던가 밟힌 낙엽의 신음을 헤아려본 적 있던가 그랬다. 필부도 장부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흘러만 갈 것을.. 붕어빵 희생도 모르면서 덜렁 삼켜버렸듯 의미가 있어야 할 삶을 빗겨버린 나를 되돌리고 싶은 청춘 야위어만 갑니다 그렇게 안일하게 살았던 거야 올곧게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아니, 그 正道마저도 휘어지고 꺾이게 했고 튕길 탄력까지 멈칫하게 했습니다 그게 인생의 정답은 아니라고 가슴이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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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담은 다람쥐 / 김재덕카테고리 없음 2020. 10. 8. 11:12
#자작 가을빛 담은 다람쥐 / 김재덕 푸르던 날은 홀씨가 휘날리듯 지나가고 흘려보내야 할 빗소리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를 달래야 했고 급물살에 휩쓸린 개구리 눈빛처럼 스쳐 갔다 인연이 비끗비끗 삶에 비껴가도 가을들녘 같은 희망이 있었기에 살아내야 하는 이유였는지.. 붕어는 거북이 등만은 타지 않았다며 먼 하늘에 소곤거리고 먼동의 지저귐에 질세라 부르트도록 부산 떨던 숙명 앞에 붉어진 얼굴에 뒷걸음질하며 알밤의 눈물마저 우걱거렸다 불꽃의 의지가 털끝에 흐르는 가을빛이 되어 석양 속으로 스미다가 눈꽃에 미소지을 만큼 살아내야 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올 한해 많이도 슬프고 힘드시지요? 그래도 용기 잃지 마시고 희망으로 견디며 이겨내야 합니다 여러분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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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카테고리 없음 2020. 9. 22. 07:33
추분 (2,784) 청마/정종복 들깨 또르르 뒹굴고 겨우 눈뜬 김장배추 팔 벌려 하품하는 남새밭 바짝 마른 허수아비 참새 쫒느라 정신없는 황금빛 초가을 들녘에 일 년 만에 다시 나타나 소리 죽여 북창 문 두드리는 낯익은 얼굴 추분에 놀라 억새마저 소리 낮춰 우는 밤 낮과 밤을 밟고 우뚝 서서 누렇게 일렁이는 저 들판을 어서 빨리 걷어라 재촉하네 한 해 동안 수없이 다녀간 어진비와 지순한 바람이 너무너무 고마울 뿐 #글벗시화전 [최봉희의 행복시화전 205] 가을날 - 시조 최봉희, 손글씨 김원봉 들녘에 코스모스 꽃대궁 흔드는 날 빠알간 고추잠자리 내 어깨 앉더니만 햇살을 소망하다가 붉은 눈물 흘린다 - 최봉희의 시조집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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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앓이카테고리 없음 2020. 9. 21. 08:29
가을 앓이 / 박남숙 어느새 가을이 바람에 묻어와 가로등 밑에 새우잠을 자고 있습니다 노을도 강으로 소풍 가듯이 붉은 등 두 손 가득 들고 강물에 띄우며 소원을 불어 넣어 봅니다 모두가 미소짓는 그런 날 함께 손잡고 단풍처럼 물들어가는 축제의 꽃이 피는 날 그런 날이 오길 기다려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심하지 않고 함박웃음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일상이 그리운 계절 그대의 웃음이 왠지 보고 싶은 날입니다 사람의 온기 사랑의 향기를 아는 그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코발트 물감을 하늘에 풀어 놓습니다. 붉게 타는 가을 사월/김정래 바람이 불어온다 파란 석류 빛에 익어가는 바람 곁을 빛바래 가는 바람이 조석으로 창을 두드린다 나지막한 소리로 산허리를 끌어안던 산바람도 조금씩 수분을 잃어가는 수풀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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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카테고리 없음 2020. 9. 17. 21:45
나팔꽃 /이정원 새벽이슬 머금고 새치름하게 핀 나팔꽃 단아한 미소 지으며 진한 꿀 송이 향기 물씬 풍긴다 멍울진 그리움 붉어진 꽃잎에 파묻고 꽃봉오리 움츠리며 힘없이 고개 떨군다 따사로운 햇살에 일광욕이라도 하지 자물쇠로 잠긴 것처럼 어둠에 휩싸여 살려하는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인생일지언정 덧없이 흘러가 버린 세월 나팔꽃은 무심한 채 나를 쳐다본다 괜스레 아쉬움 삼키며 뒤돌아본들 무엇하냐 마는 전장에서 승리한 나팔소리 꿈속이라도 울려 퍼지길 기도한다. 청강/이정원 일산 본인의 감성에 맞는지 체크하세요. 나팔꽃 청강/이정원 새벽이슬 머금은 채 새치름하게 핀 나팔꽃 단아한 미소의 향기가 물씬하다 멍울진 그리움 보랏빛 꽃봉오리에 파묻고 수줍은 듯이 필락 말락 움츠리며 햇살에 고개 떨군다 차라리 햇살에 일..